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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정보/강원도개념도

송곳봉(430m) 14피치, 최고난이도 A3/5.10a급 개척

by 청아 김종만 2013. 6. 20.

울릉도 북서벽 송곳봉(430m) 14피치, 최고난이도 A3/5.10a급 개척

 

높이를 알 수 없는 꿈을 좇아 올랐다

글 안치영 한국봔트클럽 사진 윤영준

 

봔트클럽 회원 3명 송곳봉 등반 시도
울릉도의 시내버스는 짐을 실을 수 있게 따로 짐칸이 마련되어있어서 짐이 많은 여행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추산으로 가는 시내버스의 짐칸에 각자의 배낭과 더플백을 싣고  1시간가량 해안도로를 달리니 추산 수력발전소 앞에 다다랐다.

이곳에 탁 트인 바다위로 고깔모자를 세워놓은 모양의 송곳봉(430m)이 솟아 있다. 송곳봉이 접한 바다는 파도가 약하고 물이 얕아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많고, 경관이 좋아 관광객들을 위한 펜션도 많다.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기 위해 우선 송곳봉 바로 아래에 있는 오래된 적재 창고의 공터에 텐트 한 동을 쳤다. 그리고 내일 등반에 쓸

장비들 중 일부를 챙겨서 바위 쪽으로 더듬어 갔다. 접근하기 쉬운 길을 사전에 파악하고, 가능하다면 그곳에 장비를 두고 올 요량

이었다어딘가에서 물을 끌어내리는 작은 호스를 따라 가다 경사가 가파르고 지반이 약한 밀림에 가까운 수풀지대를 이리저리 움

이며 간신히 벽 밑에까지 올라 장비를 놓고 다시 올라왔던 길을 잘 기억하며 베이스로 내려 왔다. 먹어도 될 정도로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바위 밑에서 나오는데 도로 옆에 있는 작은 연못까지 검정색 호스가 연결되어 있어 언제든지 식수를 구할 수 있었다.
15일 일요일. 어제 저녁부터 강한 바람이 불었다. 텐트 플라이가 바람에 펄럭거리는 소리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울릉도가 바람이 세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고 더군다나 지금 날씨가 썩 좋지 않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한 것 같았다.

명원 형이 아침 일찍 일어나 등반을 할 영준 형과 나를 위해서 찌개를 끓이고 밥과 반찬을 챙겨 든든한 아침을 차려 주었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몸이 찌뿌듯했지만 울릉도의 거센 바람과 푸짐한 아침덕분에 정신과 기운이 돌아왔다.
등반은 필자가 윤영준 형과 함께 두 명이서 하고 김명원 형은 울릉도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아침을 해결한 우리는 등반장비와 물 2리터씩을 챙기고 어제 살펴두었던 길을 기억하며 빽빽한 숲을 헤쳐 나갔다.  


우리가 송곳봉 북서벽에 붙은 시간 오전 91피치는 필자가 자유등반으로 마무리하고 크랙을 찾아 하켄과 프렌드로 앵커지점을

만들었다. 바위상태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지만 올라 갈수록 바위가 약해 부서지기 쉽고 깨져있는 바위들이 얼기설기 섞여 있다.

 

2피치에서 캠을 박고 매달렸는데 바위가 약해 크랙이 벌어졌는지 설치한 캠이 빠져버려 순간 4~5m정도 추락하고 말았다.

손에 쥐고 있던 나이프 하켄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오른쪽 발목이 바위에 부딪혔는데, 그 충격으로 발목에 시큰거리는 느낌이 등반

내내 계속 되었다정오쯤 바람이 점점 강해지더니 빗방울까지 떨어지기 시작한다.

벽에 와 부딪히는 바람소리가 경기용 자동차의 엔진소리만큼이나 크고 매섭다. 거센 바람에 빗방울은 상하좌우 방향을 잃고 사방

으로 튄다. 벽에 붙은 영준 형과 나도 바람에 약간씩 몸이 휘청거릴 정도다. 서로 10m정도만 거리가 떨어져도 큰소리로 고함을 질

러야 겨우 말이 들리니 무전기를 가져온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무전기가 없었다면 답답한 심정으로 서로를 원망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1, 2피치 등반을 마치고 계속해서 내가 인공등반과 자유등반으로 선등했다. 확보물을 박기위해 크랙을 찾는데 신경이 곤두서곤 했다.

 

3피치는 처음의 커다란 오버행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큰 오버행을 직상하려 했지만 바위상태가 좋지 않아 왼쪽으로 트레버

스해 돌아 나가기로 했다. 2피치 앵커의 5m 위에 나이프 하켄 하나를 박고 조금 내려와 다시 버드빅에 올라타 트래버스를 시작했다.

그리곤 괜찮은 크랙에 앵글하켄을 박아 로프를 통과시키고 작은 오버행 턱을 넘기 위해 4개의 버드빅을 연속적으로 설치하며 작은

나뭇가지와 양호한 홀드가 있는 지점으로 올라섰다


다음의 4피치와 5피치는 전에 등반했던 사람의 흔적을 발견했고 다시 우리의 길을 찾아 올랐다.

 

6 피치까지 필자가 등반하고 7 피치부터는 윤영준 형이 등반에 나섰다. 군데군데 작은 나무들이 많아 등반자가 잘 보이지 않고

로프만 조금씩 위로 올라간다. 풀숲을 헤치며 지날 때는 팔과 정강이를 나뭇가지들에 쓸려 땀을 흘리면 긁힌 부분이 따끔거렸다.

 

시계를 보니 6시가 가까워졌다. 윤영준 형이 8피치를 등반하고 이쯤에서 우리는 비박지를 찾기로 했다.

울릉도의 공암(코끼리바위)가 눈에 잘 들어오는 위치에 두 사람이 앉을만한 바위무더기를 발견하고 평평하게 다지는 작업을 했다.

12일간 14피치 인공·자유등반으로 올라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었고 조금씩 비가 와서인지 심하게 갈증은 오지 않았지만 여느 등반 때나 마찬가지로 배고픔은 가시지 않는

 것 같다. 저녁은 스프를 끓여 빵을 먹고 과일캔 하나를 먹었다. 거친 바람은 조금 약해졌지만 두 사람이 같이 덮은 하계용 침낭이

날아갈 정도의 바람이 밤새 불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영준 형의 팔에 로프가 쓸려 화상을 입은 작은 상처가 보였다.

등반할 때의 영준 형은 무뚝뚝한 사람이다. 타인의 배려에 시큰둥하다는 주변의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본인의 노고를 생색내지

않고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낸다. 일일이 말로 표현하지 않지만 가끔 그가 지어주는 해맑은 미소처럼 마음만은 깊고 순수하다.
아침에 눈을 뜬 시간은 6시쯤. 아침은 행동식으로 해결하고 부실해 보이는 송곳봉 상단으로 향했다.

 

9피치는 윤영준 형이 먼저 리딩으로 치고 나가며 꺾인 로프를 끌어당기려 애쓰며 올랐다.

하단보단 상단이 낙석위험이 심했고 예상했던 대로 내가 서있는 곳에서 7~8m 옆으로 자주 돌이 굴러 떨어진다. 거리가 멀지만 돌

부딪히는 소리는 썩 듣고 싶지 않은 소리다

빽빽한 나뭇가지들은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 빨리 벗어나려고 신경질적으로 헤치고 나가며 얼기설기 꽂혀있는

바위들을 올랐다. 잘 다듬어진 바위도 아니고 바위를 잘못 잡아당기면 그 위를 누르고 있는 다른 바위무더기들이 한꺼번에 빠져버

릴 지도 모르는 곳에 매달려 있자니 신경이 그만큼 곤두설 수밖에 없다피치를 끝낼 때마다 가만히 멈추고 있는 시간은 나를 원시

적 동물로 변화시키는 것 같다단순히 지친 육체와 갈증을 이기고, 허기배를 채우는 상상만 머리 속에 맴돈다. 벽에 매달려 등반

을 해야 이런 생각마저 잊어버릴 수 있겠지~!  
오늘은 구름도 별로 없고 날씨가 더운 편이다. 옷이 땀으로 젖었고 몸이 조금씩 처지는 기분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암질은 더욱 좋지

않다. 11피치까지 영준 형의 등반으로 끝내고 그 위의 12피치부터는 내가 다시 오르기로 하고 장비를 건네받았다.

 
12피치 위로는 보기에도 불안해 보이는 바위를 잡고 버티며 등반하자니 그대로 바위를 안고 같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

에 맴돈다. 무조건 돌을 흔들어보고 두드려보고 확실히 살피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숲 지대를 오르는 13피치에서 잠시 방향감각을 잃고 다시 바위능선으로 올라 정상으로 보이는 돌무더기에 도착했다. 여기서 이어지

는 약한 암석을 오르면 정상이다. 우리는 짧은 암석지대를 올라

 

14피치의 마지막 등반을 알리는 사방이 탁 트인 좁은 공간에 도착했고, 서로의 웃음이 교차하며 가쁜 호흡이 섞인 말로 여기가

정상이네.” “네 경치 좋네요라며 서로를 축하했다.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정상에는 이름 모를 빛바랜 깃발이 작은 나뭇가지에 묶여

 있었다.
30분 정도 쉬며 사진을 찍고 윤영준 형과 나는 200정도 남은 물을 다 나눠 마시고 하강 포인트를 찾기 위해 동쪽 방향으로 다운

클라이밍을 했고, 큰 나무쪽으로 슬링과 하강링이 걸려있는 하강포인트를 찾아 하강하기 시작했다.

60m 하강을 두 번하고 기존의 하강포인트를 놓쳐 가파른 오버행 절벽으로 내려섰다. 여기서 절벽에 간혹 한그루씩 자라있는 그나마

튼튼해 보이는 나무에 슬링걸고 다시 두 번 하강하니 바닥으로 내려설 수 있었다. 여기서 잡목과 발밑이 보이지 않는 덤불 지대를

50분 가량 내려와 새로 지은 듯한 성불사라는 절에 도착했다. 누군가 먹다 남겨놓은 떡을 말없이 서로 나눠먹고 허기를 채운 후 약수

로 목을 축였다
절에서 절과 송곳봉의 조화로운 풍경에 매료되어 감탄을 하고 있는 관광객을 보았고 그들의 눈을 따라 송곳봉을 함께 바라보고 있

12일 동안의 등반이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흐른다.

그들에게 송곳봉은 구경의 대상이지만 우리에게 송곳봉은 등반의 대상이며, 또 다른 시작과 높이를 알 수 없는 꿈의 일부이였다.

 

 정상에서 기념촬영 한 등반팀. 왼쪽 안치영, 오른쪽 윤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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