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돈내코 코스 [새 개방코스]
12월 개방 돈내코~평지궤대피소~남벽 분기점~윗세오름 총 연장 11.5km 구간의 등산로
갈림목(돈내코 9.16km·백록담 0.93km)
한라산에 산행 코스가 한 가닥 더 개방된다는 소식은 등산인이라면 누구에게나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간 다녔던 코스래야 실상 성판악~동릉 정상~용진각~관음사, 영실~윗세오름~어리목 2개 코스에 불과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돈내코’라는 이름이 재미있게 와 닿아 기대가 한층 컸다.
첫 번째 섹션은 돈내코 코스 입구에서 평궤대피소까지의 5.3km구간입니다.
이 구간은 겨울철에는 많은 것을 기대하면 곤란합니다. 활엽 난대림으로 우거진 밀림지역이라 정글이
우거지는 늦봄에서 초가을 까지가 가장 매력이 있는 구간입니다. 이 구간에서는 무더운 여름에도 태양광이
들지 않아 시원한 피서지로 제몫을 다하는 구간입니다.
두 번째 섹션은 평궤대피소에서 남벽분기점까지의 1.7km구간입니다.
이곳을 눈여겨 봐둘만합니다. 남쪽으로는 서귀포 앞바다의 비경이 한눈에 펼쳐지고 북쪽으로는 한라산 화구
의 남벽이 병풍을 치고 둘러져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특히 이구간은 봄철이면 한라산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붉은 빛으로 물드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탐방로의 왼쪽으로 펼쳐진 방애오름 삼형제의 고운 자태
와 그 능선으로 펼쳐지는 산철쭉과 털진달래의 붉은 물결은 봄을 기다려지게 하는 구간입니다.
세 번째 섹션을 자랑하기 위해 앞에 두 구간을 곁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돈내코 코스 개방으로 인하여
가장 보고 싶었던 구간이 바로 이곳 남벽분기점에서 윗세오름에 이르는 2.1km구간입니다.화구벽의 남쪽을 오른쪽으로 끼고 방애오름 능선을 거슬러 올라 400m 오르면 방아샘물을 만날 수 있는데,
여기서부터 남쪽으로 광활하게 펼쳐지는 평원이 바로 그 유명한 '선작지왓'입니다. 이곳은 영실코스의 기암
절벽, 관음사코스의 용진계곡과 더불어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선작지왓은 영실코스
로 오르면서도 만날 수 있지만 그곳에서 보는 선작지왓의 풍경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 충혼묘지 뒤편의 돈내코 코스 들머리. 돈내코는 멧돼지들이 물을 먹던 하천의 입구
돈내코 코스는 충혼묘지, 교회묘지, 남양홍씨 가족묘지 등 여러 묘역이 몰려 있는 서귀포 공동묘지를 가로지르며
시작해 을씨년스러웠으나 곧바로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1970년대 전국적으로 산림
녹화사업이 한창일 때 속성수로 심어놓은 삼나무들이다.
“옛적부터 골짜기가 깊고 숲이 울창해서 야생 멧돼지가 많이 출몰해 이곳을 ‘돗드르’라 했데요. ‘돗’은 돼지, ‘드르’는
들판을 가리키는 제주 말이에요. ‘코’는 하천 입구를 일컫고요. 결국 돈내코는 멧돼지들이 물을 마시는 하천의 입구
라는 뜻이지요.”“영실 코스는 조선시대 목사(牧使)들이 한라산 등로로 삼던 길이에요. 어리목은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군사기지였고, 제주 4·3사태때는 군경에 맞선 민간인들이 훈련하던 곳이고요. 시리우스 아시죠?
수성 혹은 남극노인성이라고 부르는데 지구에서 가까운 별인데도 보기 쉽지 않은 별이에요. 그 별을 볼 수 있는 코스
가 지금 휴식년제로 묶인 남성대코스예요. 관음사와 돈내코 코스는 제주시나 서귀포시로 가장 빨리 내려설 수 있어
주로 하산로로 이용했어요.”15년째 한라산국립공원에 근무 중인 오희삼씨는 한라산과 제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성판악은 1994년 남벽 통제 이후 동릉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유일한 등로로 개방되면서 인기 코스로
부상되었다”며 “제주 올레와 더불어 한라산 머리띠길도 개척 중”이라고 일러줬다. 머리띠 길은 4~5부 능선 허리를
따라 3박4일간 한라산을 빙 도는 산길이다.
삼나무 숲길을 따르는 사이 여름꽃들이 눈길을 붙잡았다. 달빛을 받아 빛나는 도깨비 같다는 도체비꽃(산수국)은
꽃술 같은 진짜 꽃을 한가운데 두고 가장자리를 따라 커다란 헛꽃을 피우고 있었다. 헛꽃이란 수정을 위해 벌과 나비
를 유혹하기 위해 피운 가짜 꽃을 일컫는다.
“저기 보이는 굴거리나무는 제주에만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전북 고창까지 올라갔대요. 우리나라의 온난화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나무라 할 수 있지요. 난대림연구소가 이 일대를 관리하는 것도 난대림이 많기 때문이에요.”
▲ ‘돈내코 4.14km ·백록담 5.95km’ 표석 뒤편에 위치한 썩은물통. 버섯재배용 농업용수를
마련하귀 위해 만든 연못이지만 자연미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발 700m를 알리는 표석을 지나면서 산길이 조금 가팔라지더니 ‘썩은물통(돈내코 4.14km, 백록담 5.95km)’
푯말이 나타났다. 썩은물통은 버섯재배용 농업용수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웅덩이였다. “전 국민이 제주도
민에게 세금을 내야 해요. 거의 같은 방향으로 남지나해를 지나온 태풍이 한라산에 부딪치면서 방향이 틀어지니
까요. 태풍을 막아주는 셈이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아무튼 제주는 하나의 섬인데도 동서남북이 다른 섬 같아요.
날씨가 제각각이니 말이에요.”썩은물통을 지나면서 산길이 한층 좁아지고 나빠지는 돈내코 코스는 어리목·영실·
성판악·관음사 4개 코스에 비하면 자연미가 넘쳤다.
숲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짙게 우거져 있고, 20여 년 전 등산로가 많이 파여 나가 깔았다는 화산석은 이끼가 적당히
끼어 천연미가 느껴졌다. “옛날에 비하면 등산로가 2km쯤 짧아졌어요. 표석에 적힌 거리가 틀린 셈이죠. 돈내코
야영장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도로가 났으니 말이에요.”“아직 제대로 꽃이 핀 게 아니에요. 만개하면 온통 꽃이에요.
냄새는 안 나요. 그래서 저는 천마꽃을 무척 좋아해요. 진짜 멋진 꽃은 향을 피우지 않으니까요. 꽃이 좋은데 냄새
까지 낼 이유가 있겠어요?”
▲ (좌) 어지간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는 방아오름샘. (우)철도용 목침을 깔아 만든 윗세오름 등로.
산딸나무·나리가 꽃피우고 휘파람새 우는 무릉도원
바람이 한결 시원했다. 그만큼 높이가 높아졌나 보다. 빼곡한 산죽밭 틈틈이 산수국이 활짝 꽃을 피우고 있었다.
해발 1,000m 표석을 지나자 국립공원 구역임을 알리는 표석이 나타났다. “꽥꽥” 노루 우는소리가 들렸다. 7월이
새끼를 낳을 시기란다. 해서 이상한 무리가 나타나면 동료들에게 경계하라는 뜻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란다.
해발 1,100m 표석을 지나자마자 ‘살채기도(돈내코 6.4km, 백록담 3.69km)’. ‘살채기’는 사립문, ‘도’는 입구란 뜻
으로 옛날 한라산 일원이 방목장으로 이용될 때 소와 말을 통제하던 곳이란다.
조릿대가 점점 우거져 다리를 칭칭 감았다. 해발 1,350m를 넘어서면서 부러지거나 누워 있는 소나무가 많아졌다.
겨울철 많은 눈과 바람을 이기지 못해 꺾인 나무들이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백록담 화구벽에서 500나한을 몰아
내기 위해 불어대는 바람인가 보다. 그러다 화려하게 헛꽃을 피운 산딸나무와 주황빛 나리꽃이 나타나 분위기를
바꿔준다. 게다가 제주휘파람새가 예쁜 소리로 반겨주니 예가 무릉도원인가 보다.
조릿대와 철쭉, 털진달래가 뒤엉켰다. 분명 인간은 함부로 들지 말라는 경고일 터. 해발 1,400m를 넘어서자 화강암
암반 골짜기 따라 맑은 물이 흘러내리고 나무가 한결 적어지면서 앞도 트였다.
천상화원에는 나리꽃과 산딸나무만 꽃을 피운 게 아니었다. ‘철부지’ 철쭉나무도 간간이 꽃을 피우고, 돌양지는 돌
틈에서 작은 노란 꽃을 피워놓았다. 원추리꽃은 바위 뒤쪽에서 수줍은 듯 살짝 고개를 들어 한결 아름답다. 바람이
불어오면서 산안개가 꽃을 뒤덮어 버렸다. 그래도 쥐똥나무는 하얀 꽃을 안개꽃처럼 가벼이 피워 놓고 있었다.
“윗세오름 일원에 비해 개화시기가 1주일쯤 빠른 방아오름 일원의 털진달래와 철쭉은 정말 장관이에요. 선작지왓
보다 훨씬 나아요. 아쉽네요. 이쯤에서 하늘이 한 번 터져 줄줄 알았는데. 윗세오름 쪽에서는 반원형으로 보이지만
여기서 화구벽을 보면 거대한 벽처럼 느껴져요. 부악의 웅장한 면을 제대로 엿볼 수 있는 곳이죠.”
물이 철철 넘쳐흐르는 방아오름샘 부근은 온통 곰취밭이다. “방아오름샘도 좋지만 백록샘은 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정말 좋은 샘”이라며 갈 길을 재촉했다. 숲으로 들어서는 사이 화구벽 쪽에서 파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귀포 앞바다에서 몰아친 바람이 남벽에 부딪치면서 나는 소리다. 백록담 화구벽은 12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한라산
이 생겨난 이후 지금까지 모진 비바람을 맞아왔음에도 장엄함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남벽
을 못 보는 게 더욱 아쉽다. 기를 받아야 하는데…….
방아오름을 넘어서자 구상나무 숲이 우거지고 바닥엔 시로미가 납작 엎드려 있었다. 시로미는 진시황이 신하를 제주에
보내 찾아내게 했다는 불로초. 그래서일까. 시로미는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딱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다.
한라산국립공원은 2002년 12월 16일자로 유네스코에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고, 2007년 6월 27일자로 성산
일출봉·검은오름 용암동굴계와 함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런 변화에 따라 국립공원관리소는 2008년 3월 5일자로 행정기구가 개편되면서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 한라산국립
공원 보호관리부로 바뀌었다. 정직원 24명을 포함해 약 1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해발 1400m대의 현무암 굴에 건물을 올려 세운 평지궤대피소.
남벽분기점, 통제소가 있는 방향으로 정상을 올랐던 곳이지만 이제는 오를 수 없습니다.
방아샘 부근에 피어난 눈꽃, 강한 햇볕을 받아 수정처럼 반짝이며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방애오름에 피어난 환상적인 눈꽃
남벽분기점을 지나 400m 이동하면 만날수 있는 방아샘물
방아샘물 앞에 마련된 전망대, 부근이 온통 눈꽃으로 뒤덮힌 모습
백록담 남벽의 웅장한 모습과 그 앞에 펼쳐진 능선의 눈꽃, 앞에 조그마한 오름은 웃방애오름
윗세오름
윗세오름 뒷편의 탐방로
탐방로 바닥에 피어난 눈꽃
백록담 서북벽으로 향하는 길, 자연휴식년제로 갈 수 없음
서북벽으로 향하는 입구에 세워진 통제소, 오른쪽 탐방로를 이용해야 돈내코 방향
올 12월 개방될 예정인 돈내코~평지궤대피소~남벽 분기점~윗세오름 총 연장 11.5km 구간의 등산로는
돈내코 코스는 승용차로 접근이 가능한 충혼묘지(500m)에서 1,400m대의 평지궤대피소에 이르기까지 숲길을 따라야 하므로 특별한 조망은 없다.
여러 길 가운데 ‘남양홍씨입도십팔세 태학후손가족묘(南陽洪氏入島十八世 太學後孫家族墓地)’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묘역을 가로지르는 길이나 그 오른쪽
평지궤대피소를 지나면 산길은 왼쪽으로 꺾어져 사면을 가로지르다 물줄기를 건너 남성대 코스 갈림목에 이르고 이후 남벽을 향해 오르다가 다시 물줄기를
주저앉을 듯 삭은 통나무나 고무 패트가 깔린 산길은 윗세오름 북쪽 사면으로 올려치다 서북벽 갈림목에서 왼쪽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이어 계곡을 가로지른
돈내코 코스는 크게 어려운 산길은 아니지만 평지궤대피소에서 윗세오름으로 가는 길이 워낙 광활한 고산 개활지 사이로 나 있어 안개가 끼었을 때는 길을 잃
한라산의 돈내코 코스는 입구에서 윗세오름까지 총 9.1km이며, 윗세오름에서 만나는 어리목코스와 영실코스와 더불어 교차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돈내코
코스는 백록담 정상까지는 갈 수 없습니다. 돈내코 입구에서 통제하는 입산 금지 시간은 오전10시(동절기기준) 입니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 하산로는 두 가닥으로 잡을 수 있다.
해발 1,280m 높이의 영실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1시간이면 내려설 수 있으나 이후 노선버스가 닿는 1100도로까지 2.5km를 걸어 내려서야 한다.
해발 980m 높이의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로 이어지는 어리목 코스는 영실 코스에 비해 30분 정도 더 걸리지만 1100도로까지 1.3km 거리다.
- 본소 및 매표소(지역번호 064)
돈내코 유원지 강정계곡과 함께 서귀포 2대 유원지
돈내코 코스를 2km쯤 앞둔 돈내코야영장 맞은편 돈내코유원지는 강정계곡과 더불어 서귀포시의 2대 유원지로,
희귀식물인 제주 특산 한란과 겨울딸기가 자생한다.
1994년 6월 제주도 종합개발계획에 의해 개발된 돈내코유원지는 깊은 골짜기와 폭포, 울창한 난대 상록수림이
어울려 절경을 이룬다. 특히 계곡 한가운데 있는 높이 5m의 원앙폭포는 매년 음력 7월 15일 백중날 제주 여인들이
여름철 물맞이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물맞이는 폭포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물을 맞아 통증을 낫게 한다는 민간
요법이다. 입장료 무료. 입구에 승용차 10여 대를 세울 만한 주차장이 있고, 도로 건너편에 돈내코야영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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